원지현에게

먼저 4년 동안 사랑하고 표현하고 용서하고 인내하며 이 시간을 함께 보내준 것에 대해 정말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. 멀리 있을 때는 언제쯤 모든 과정이 끝나서 매일 볼 수 있게 될까?,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게 익숙해질까? 막연하게 기다리고 너무 보고 싶은게 괴로워서 전화기 붙잡고 하루씩 하루씩 참는 날도 있었지. 아마 다시는 없을 경험이겠지.
우리 둘다 마음이 변하지 않고 옆에 있다는 게 정말 뿌듯하고 든든하다. 뭐든지 오랫동안 하는 건 힘들잖아. 아주 편하고 황홀한 것도 오랫동안 그 상태로 있다면 힘들겠지. 예전에는 편해지면 무조건 좋은줄만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서 편해지는 만큼 더 조심해야하는 부분도 생기는 것 같아.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현명하게 상황을 대처하고 피해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고. 예전에는 다 드러내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상대의 말을 중요하게 여기고 기억하는 것 만큼 흘려듣는 것도 중요하고, 억지 웃음도 과장된 표현도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하는 구나 싶기도 해. 당시의 순간 순간 보다 전체적인 관계 그리고 상대가 사랑과 존중, 평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고. 우리 둘 다 마음에 없는 말 절대로 못하고 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그런 대처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아. 앞으로는 더 현명하고 부드러운 한 팀이 되자.
친구보다 오빠를 더 사랑하는데 왜 친구랑은 싸우질 않고 더 많이 사랑하는 오빠랑 싸우게 되는 건지. 왜 친구를 이해하고 파악하고 그에 맞게 내가 대하는 것처럼 오빠에겐 그렇게 되지가 않는걸까. 난 오빠에게 쉴 곳, 편한 곳이 되고 싶은데 왜 자꾸 전쟁터가 되는지. 난 오빠랑 같이 걸어다니고 별 이야기 하지 않고 -그래? -응 대답하는 순간처럼 어떤 사건들, 일정들 사이에 있는 빈틈 같은 순간에 안정감을 느끼고 우리 둘 안에서 쉬는 듯한 기분이 들어. 오빠는 어때? 언제 가장 마음이 놓이고 편안한지 궁금하다. 답변을 줄래? 4년 치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까 우리 정말 우리 둘을 지켜오느라 애쓴 일도 많았고 아름다운 시간도 많았더라. 앞으로도 서로에게 중요한 날, 속상한 날, 기쁜 날 옆에 있어주자! 화이팅!

2021년 9월 4일
당신을 더 사랑하고자 하는 지수가